한 공돌이의 연애 이야기 표정당(黨)

1. 연애 같은 거 하지 않는 지가 어언 10여년 만에... 애인이라고 불릴 여성 생명체가 나타난 건 올해 겨울 쯤이었나... 그럴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밥 먹고 팅가팅가~~~ 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K님께 연락이 오시고는 '오빠'(이제 오빠란 소리가 참 정겹지... 나가면 아저씨니까... ㅠㅜ)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아가씨가 있는데 만나보실라우? 라는 소리에 순간... '얘가 미쳤나...'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

2. 어쨌든 번호를 받고 문자로 약속을 잡아 소개팅 비슷하게 만난 사람이 지금의 애인님... 볼 수록 괜찮았다. 아니... 괜찮게 보였다보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진짜 상당히 호감이 있었던듯... 사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고 하는 심정으로 만났는데 뭐... 솔직히 애프터가 그렇게 받아들여질 줄은 상상하지 못한 시츄에이션이었다. 소개팅 나가기 전 대충 상황 설계를 하고(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진성 공돌이다.) 몇 개의 시츄에이션을 가지고 나갔다. 그 중 애프터를 받아들인다라는 시츄에이션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애프터 신청 하고 '콜~'싸인을 받자마자 되게 당황스러웠다. 속으로는 '얘가 무슨 생각으로?'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애프터는 그렇게 넘어갔었다.(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그렇게 추레했었단다... 그래도 나름 꾸미고 간 건데... 공돌이는 꾸며도 공돌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3. 고백할 타이밍을 못 잡아서... 어영부영하다가... 3번째인가 만났을 때 지금의 애인님이 카페에서 일갈을~~~
나는 그렇게 당찬 아가씨는 처음 봤어!!! 대단히 박력있고 칼있스마가 있었다. 후광마저 보이는 듯 했다. 눈이 삐었지 ㅎㅎㅎ
어쨌든 뭔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연인이 되었고 좀 있으면 1년이 되어가는 시기가 되었다.(만세!!!!)
만나면서 느낀 건데 나와 내 애인님의 간극은 꽤나 큰 편이다. 원래 공돌이는 다른 행성 사람이라잖은가... 나도 그 축에서 빠지지 않는 편이라 이해할려고 무척이나 노력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하기 힘든 것도 많다. 문과 출신인 애인님을 처음 만날 때 내가 했던 말은 '내가 왜 이러는 지 몰라?'(몰라. 모른다고!!!)'오빠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몰라?'(말을 해라!!! 말을!!! 말 안하고 어떻게 아냐!!!)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거. 아! 하나 더 있구나. 원하는 게 있으면 확실히 얘기할 것. 그 정도였다. 사실 나는 인풋이 들어가면 그에 해당하는 산출물이 나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지독한 공돌이로서 사람 관계가 서투른 대신 기계와는 친해서 투입대비 산출결과와 그에 해당하는 피드백을 굉장히 중요시한다.(원래 공돌이의 특기가... 대안제시 아니던가... 그래서 내가 인간관계가 서툰가?) 뭐 거의 대부분 공돌이가 그렇듯 집중하면 날밤 새고 흥미 없는 건 하지 않는 편이라 억지로 시킨다고 들을 인간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한 거에 대한 사과는 한다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하는 사과에 대해서는 진짜 위장이 뒤틀릴 정도의 짜증을 참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뭘 잘못했는지 집어 달라고 애인님께 요청 드렸었다. 그리고 피드백도 좀 해달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직 해결이 안되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출물을 얻기 위해 극심한 감정 투쟁 중이다.

4. 공돌이가 연애하면 긍정적인 몇몇의 효과가 있긴하다. 일단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 정도는 하는 것 같다. 옷도 좀 사보고(물론... 돈이 무척이나 아깝다. 그 돈이면...) 신발도 좀 사보고(공돌이가 물건 사는 법은 진짜 초간단. 필요한 것 중 맘에 드는 거 산다. 돈 생각 같은 건 잘 안하더라고. 쇼핑은 언제나 30분을 넘기지 않게 된다.) 생전 안 가시던 헤어샵에도 한 번 가 본다.(나는 아직도 여길 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안 간다.) 한 때는 왁스나 뭐... 그런 것도 발라볼까 했는데 차마 그건 못하겠더라... 요즘은 팩도 뒤집어 쓰는데 애인님이 사주시지 않으면 안 한다. 그러니까 내 팩값은 애인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말씀.(좋은 애인님이다.)
원래 하던 취미인 공연감상(저렴한 감성을 조금이나마 보충해 보자는 행위일 뿐이다.)이나 책 읽기(공돌이에게 책 읽기는 뭐... 통상적인 행위니까...) 같은 건 더 늘었다. 장난감 수집도 마찬가지... 휴일에는 애인님 만나러 가지 않으면 장난감을 닦으면서 시간을 보낸다.(요즘은 대상이 차로 바뀌어 가는 중...)

5. 문과 출신인 애인님은 바쁘다. 처음 겪어본 다른 세계 사람이라 아직도 신기하게 구경 중이다. 전자통신 전공인 공돌이로서 주위에 있는 거의 대부분이 공돌이들인 회사를 다니고 공돌이끼리 어울려 다니면서 다른 세계 사람을 볼 일이 있어야지 말이다. 클라이언트 정도는 보겠지만 그건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아니니까 빼고 내 주위 사람들 중 공돌이, 공순이가 아닌 경우는 이집트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애인님은 내가 처음 가까이서 겪어본 다른 세계 사람이라 처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싶었다.(물론 지금도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싶은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다.)
대처가 안되면 안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이 몇 사람 있겠지만... 그건 공돌이의 생각이고... 나는 가끔씩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원래 속마음을 잘 얘기하는 애가 아니라서 그런가 속을 잘 모르겠어... 나 한테는 가끔 내 애인님이 너무 큰 벽으로 느껴진다. 무슨 에베레스트 같기도 하고... 피켈 꽂으면 튕겨나갈 것 같고... 입산금지 표시판이 떠~억허니 걸려 있는 것 같고 입력 장치 없는 컴퓨터 같기도 하다. 투입도 안 되고 투입이 안되니 산출물도 안 나오고... 햐~~~ 그럴 때마다 미칠 지경이다.

6. 가끔가다 애인님한테서 공순이의 감성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처럼 전화나 문자 연락을 받기 싫어하는 것 같을 때(물론 그게 나 한정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럴 때는 솔직히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물론 나 역시 그런 거 잘 못한다. 잘 못하니까 별로 서운한 티를 잘 안 내려고 부던히 노력 중이긴 한데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좀 사교성이 없으니 애인님이 옆에서 찡얼대주는 것도 참 좋은데... 쫑알 거려주는 것도 참 좋은데... 내 애인님은 내 앞에서 그런 걸 안 해요... 하... 이럴 때는 공순이... 보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 나도 내 여자가 옆에서 재잘거려주는 걸 참으로 듣고 싶은데 말이다. 나는 안 하는데 남 한테 해 달라는 건 좀 이기적인가...

7. 애인님이 얼마 전에 나한테 뭐랬더라... 오빠는 좀 차가운 여자가 이상형 같다고 했었던가...(이게 맞는지도 기억 잘 못한다...) 그럴 때 절대 그런거 아니다라고 얘기했었다. 내가 왜? 나도 다정다감하지 못한 인간인데 내가 왜 차가운 여자가 이상형이야? 나는 그런 인간 아니다. 내가 없는 것을 다른 사람한테 찾는다고 나는 다정다감한 여성이 이상형이다. 차가운 여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어리바리한 공돌이란 말이다. 내가 다정다감하지 못한 건 맞는데 차가운 건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다정다감하면서 나한테만 차가운 게 컨셉이라면 그 컨셉은 당장 버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그게 컨셉인지 아닌지를 몰라서 이런저런 얘기를 안 하는 중일 뿐이다. 나 역시 한계 허용용량이 무한정인 인간이 아니라서 한계 허용용량을 넘어가서 부하가 오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가능성이 큰 편이라 만약 차가운 게 컨셉이라면 그 컨셉을 용도폐기 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 내 여자, 내 가족, 흔히 얘기하는 내 것한테 차가운 남자... 그렇게 많지 않다.

8. 예전에 누가 사람이 재산이라 그랬던 적이 있었다. 책에서 봤던가... TV에서 봤던가... 우야든둥...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나의 인간불신은 꽤나 오래된 편이라서 20대에 그 병을 계기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리 당했고 그리고 정리했다.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데 다는 그 말에 동감하지 않는다. 그래봐야 내 상처를 파묻어 버리는 수준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이다. 파묻어 버린 건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깊게 사귈려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나의 행위는 프로그래밍 된 제스쳐 같은 거다. 물론 지금은 나이먹고 순화되어 그럭저럭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사람과의 관계는 나에겐 낮설다.
그렇게 내 주위에 남은 사람들은 많아봐야 20명 남짓... 그 중에는 오래된 사람도 있지만 이제 관계를 맺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애인님은 후자의 부류.
부디 바라건데 나는 내 애인님과는 오래 갔으면 좋겠다. 애인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좀 오래 갔으면 좋겠다. 결혼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헤어지더라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 근데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좋은 여자는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뭔가 계속적인 두려움의 감정 같은 게 보이고 파묻었던 감정의 찌꺼기가 보일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슴한다. 왜 두려운 걸까... 나는 아직도 정리 당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걸까 싶다.

9. 이번 주도 보겠지. 이미 공연 표도 다 끊었고(너무 내 취향만 고집하는 것 같아서 다음에는 니가 보고 싶은 걸 얘기하면 내가 결과값을 주겠다 했었다. 만약 기억 못한다면 1번 더 얘기하라고도 했었지...) 오늘은 지난 번에 패스... 해버린 늦은 200일 선물을 사러 서울에 잠시 나갈 생각이다. 아마 그리 비싸지 않은 반지 정도로 끝낼 가능성이 높다. 미적 기준 같은 게 한참 아래에 있는 내가 살만한 건 단순하고 간단한 거... 내 취향대로 살거다. 그리고 만나러 갈 때 꽃다발 하나 정도 들고 가겠지.(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는 건 어머니부터 학습한 학습의 결과다. 원래 내 두뇌 루틴에는 없는 단어다)
반지도 솔직히 할까말까를 고민하다가 '고민할 필요 있나... 그냥 하면 되지...'하고서 진행하는 거라 준비가 늦었...
뭐 프로포즈 반지도 아니고 그냥 저렴이 링 하나 준비하는 데에도 공돌이 답게 어떤 게 좋은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또 검색해서 결과를 산출했다만은... 다 필요 없어. 어차피 매장가면 있는 거 사겠지. 원래 그런거더라...
이번 주에 만나면 부탁 하나 정도는 해야겠다. 공돌이는 잘 돌아가는 기계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제발 내 두뇌 루틴에 관계 메인터넌스나 예방점검 같은 걸 하나 넣으라고... 안 그러면 평생 안 할 것 같아서 그런다. 그러고보면 얘도... 꽤나 무관심한듯... 아니면 무관심한 척 하는 건가...
그러고보면 내 애인님은 내 블로그를 알고 있는데 이런 글 적어도 될까 싶었는데... 애인님은 어차피 안 볼 거니까. ㅋㅋㅋ 자기 일도 바쁜데 남의 블로그 글 볼 일이나 있겠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속편하게 적을라고. 그리고... 새로운 글로 이 글을 확확 내려주겠어!!!

덧글

  • 2015/10/07 16:4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0/08 10: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탑새기 2015/10/07 17:59 #

    여친님 반지 호수 알아가지고 가셔용^^

    화이팅!입니당ㅎㅎㅎ
  • 개미 2015/10/08 10:42 #

    탑새기 님/ 원래는 서프라이즈~~~ 를 할려 했는데 그냥 '긴급'치고 반지 호수를 내노아라~~~ 내 놓지 않으면 잡아 먹겠다(진짜 이렇게 적진 않았어요. 물론... 긴급타전을 하긴 했지만...)하고 반지 호수를 받았습니다. ㅎㅎㅎ
  • 2015/10/07 18: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0/08 10: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지나가다 2015/10/08 06:53 # 삭제

    여자들 꽃 별로 안 좋아해요. 남친이 주는 꽃다발 들고 남들한테 보여주는 걸 좋아할 뿐이죠 ㅋㅋㅋ
  • 개미 2015/11/11 00:15 #

    지나가다 님/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뒤를 보니... 그냥 여성혐오증에 걸리신 분 같은데 왜 그러십니까?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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