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하고 둥실둥실한 부산 칼국수 맛보러 오이소 -기장 손칼국수- ㄴ 고향도 기웃기웃

30줄의 남자에게는 몇몇의 단골 식당들이 생긴다.
지역마다 생기는 단골 식당들이 다르겠지만 태생이 부산사람인지라 내 단골식당은 국밥집과 밀면집이 대부분...
데이트 할 때 찾아가는 그런 집 말고 진짜 편하게 한끼 먹을 수 있는 그런 밥집들...
사상 터미널 옆의 합천 돼지국밥이나 개금시장안의 개금밀면집, 신모라 언덕배기에 있는 사계절 밀면집, 덕천동의 덕천고가 같은 국밥이나 밀면집이 내 단골집 일순위들을 차지하는 와중에 그 중 가장 격하게 아끼는 단골집이 하나 있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일대. 롯데백화점과 그 맞은편에는 온갖 성형외과들이 자리잡고 있고 한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 부산 최고의 번화가 중 하나. 젋은이의 놀이터라 불리는 이 서면에는 그 분위기와 맞지 않는 곳들이 몇몇 자리하고 있다.
인쇄골목이라던지 영광도서 위쪽의 복개로도 그렇지만 서면시장이야 말로 어찌보면 진짜 잔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부산의 몇 안되는 명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돼지국밥골목이 있는데 그 돼지국밥 골목 맞은편에 허름한 칼국수 집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집이 내가 가장 격하게 아끼는 최고의 단골집. 벌써 10년 넘게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계절이 바뀌나 찾아가고 있는 싸고 맛있는 칼국수 집이다.

한여름 대낮에 누가 여길 오겠는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이번 휴가를 고향집에서 보낸 큰 이유중에 하나는 내 단골집 돌기였다. 밀면 한 그릇 후루룩~~~ 돼지국밥 한그릇 후루룩~~~ 그리고 칼국수 한 그릇 후루룩~~~
개인적으로 땀을 무지하게 흘리는 지라 에어컨 없는 식당은 거의 가지 않지만 유독 이곳만은 예외인걸 보면 나도 미쳤나보다 싶지만 이상하게 이 집 칼국수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는 듯 하다.

한 여름 계절메뉴인 콩국수를 제외하면 여기는 메뉴가 딱 세개뿐이다. 칼국수와 비빔 칼국수, 김밥...
오늘은 한 여름에 맞게 비빔 칼국수를 먹어보자!!! 라면 오산!!! 여기선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 칼칼하고 둥실둥실한 면이 일품인 투박한 그 칼국수를 먹으려고 몇 개월을 기다렸다. 서면 나갈 일이 없는데도 서면을 나간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이 칼국수를 먹기 위해서다.
칼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4000원, 곱배기를 주문하면 5백원인가 천원인가를 더 받는데 그냥 보통을 하나 시켰다.
주문하면 보통 5분안에 식사가 나오는데 그 전에 차가운 보리차 한잔과 섀큼한 깍뚜기가 나오는데 진짜 이 깍두기의 맛이 오묘하다. 섀큼하면서도 감칠맛 있고 아삭아삭하고... 미칠 것 같애!!!

멸치국물을 베이스로 한 칼국수 국물에 같은 다대기를 넣고 갈아놓은 마늘도 한숟갈 척 올린다.
쑥갓도 한 움큼 올리고 당근채도 여유있게 올려서 한그릇 척 내놓으면 일단 모든 걸 다 같이 섞어 섞어~~~
그리고 어떤 면을 굵고 어떤 면을 얇고 어떤 면을 길고 어떤 면은 짧은...
칼로 투박하게 썰어 삶은 칼국수 면과 함께 입안으로 가져가면 이런 행복이 없다.
맛있다는 말도 아깝다. 폭풍 땀을 쏟으며 한그릇 미친듯이 먹다보면 어느새 그릇은 바닥을 보인다.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고나면 입에서는 자동으로 '잘 먹었다' 라는 소리가 나온다.
나는 이 칼국수집을 10년을 넘게 다녔다. 근데 이 맛은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이 바뀌지 않는 투박한 맛때문에 계속 여기 오는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고 바뀌는 시대에 이렇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이 투박한 맛과 함께 나는 내 20대를 보냈다. 그리고 30대도 그렇게 보낼 것 같다.

덧글

  • wkdahdid 2014/08/07 23:38 #

    찾아가기 쉬었으면 좋겠어요~ 롯백갈때 한번 가보고싶네요~^^ 근처에 또 맛난 집 없나요??
  • 개미 2014/08/07 23:57 #

    wkdahdid 님/ 찾아가기 어려운 곳은 아니에요. 서면시장 돼지국밥 골목안에 바로 있으니까 찾아가기 어렵진 않죠. 근처에는 서면시장 통닭집들도 괜찮구요. 요즘도 장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광도서 근처 포장마차 중 아메리칸 튀김이라는 걸 파는 집도 있는데 색다른 맛에 먹기엔 괜찮아요. 그리고 서면 시장 안에는 조그마한 한식집들도 몇몇군데 있는데 거기가 참 찾아가기가 애매하죠...
  • wkdahdid 2014/08/08 09:45 #

    친절한 설명 감사해용~^^
  • 리지 2014/08/08 01:41 #

    아아, 여기 자주 가던 곳인데!! 이글루스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요~
    엄마랑 서면 가면 꼭 들리던 곳이었어요.
    친구들이나, 연애할 때 남친들(?)이랑도 많이 갔었고 ㅋㅋ
    둘이서 칼국수 두개 김밥 하나 시켜먹으면 배 땅땅 두드렸었죠.
    전 여름엔 비빔 칼국수도 종종 먹었어요. 별미 삼아.
    으아... 그립다. 오랜만에 부산 온 김에 한번 가 볼 시간이 났으면 좋겠는데;
  • 개미 2014/08/10 20:18 #

    리지 님/ 비빔 칼국수도 맛있고... 칼국수도 맛있지요. 지금도 먹고 싶네요.
  • 청순한 크릴새우 2014/08/08 07:59 #

    아 진짜 여기 ㅜㅜ 여전하네요. 고등학생 때 처음 가봤던 듯. 음식 사진 나온 거 보니 똑같네요 정말. 진짜 비빔하나 그냥칼국수 하나 시켜서 나눠 먹기도 했고.
    저도 그립네요 ㅠ 당장이라도 가서 먹고 오고 싶은데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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